대문 횡설수설



백사장


초대하지도 않았는데
몰려와
내 몸 위에
밟고 구르며 만드는 자국들을
그저 새겨지는가보다 하는 건
그게 어떤 것이든
누구나 그러하듯
기억이란
내게도 소중하기 때문이다.

저 멀리서 내달려 오느라
지쳤을 것을
뻔히 알면서도
그래도 도와달라 억지를 부려
내 몸 위의 자국들을
파도에게 쓸어달라 하는 건
역시
누구나 그러하듯
새로운 기억을 얻기 위해서는
옛 것을
어느 정도는 망각해야할 필요가
내게도 있기 때문이다.






-
대문이라고 뭐 딱히 별 다른 건 없음.
앞으론 혹시 조금씩 추가될지도 모르겠지만.


28차전 vs 라이온즈 야구


7:5로 승리.

끝나고 해설자가 같은 이야기를 하던데,
오늘 확실히 두 팀 다 매우 어렵고 지치는 시합이었다.
때문에 더더욱 이긴 게 좋은 경기였다.
이긴다고 분위기가 확 좋아지거나 하긴 어려운 내용이었지만,
그래도 이겼으니 다행이지, 졌다면 데미지가 아주 컸을 테니까 말이다.

경기 내용이 아니더라도 오늘은 정말 중요했던 것이,
만약 또 져버리면 4연패가 되기 때문이다.
보통 3연패 정도까지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,
그 이상 연패가 길어지면 팀 분위기가 아주 엉망이 되어버린다.
그나마 이게 다른 시즌이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수준인데,
올시즌처럼 치열하게 승차가 거의 없이 8개팀이 붙어있는 상황이라면,
이는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.
실제로 1위팀이라도 5연패쯤 한다면 바로 5-6위까지 떨어질 것이고,
8위팀도 5연승쯤 한다면 곧장 3-4위 수준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.

오늘 경기는 전체적으로 신인들이 정말 잘해줬다.



윤완주는 어제 경기를 패하게 만든 결정적인 실책을 했는데,
그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인지 오늘은 수비와 타격 모두 정말 훌륭했다.



불안불안하긴 했으나, 어쨌든 잘 막아준 박지훈,
그리고 결정적인 슬러시를 성공한 이준호.



이렇게 신인들이 잘 해주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.
그러나 몇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하는 괴물이 아닌 이상,
신인이란 아무래도 미숙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.

아예 절망적이라서 시즌 포기하고 신인으로 완전히 물갈이 하는 거라면 모를까
중견, 고참급 선수들이 일단 탄탄하게 버텨줄 때 성적이 나온다.

오늘 서재응이 좋지 못했기에 그를 놓고 하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는데,
결코 그런 건 아니다.
어차피 선발투수가 모든 경기 다 잘 던질 수는 없는 일이고,
오늘은 좋지 못했어도 서재응이라면 금세 제 모습 찾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.

다만, 전체적으로 '정말 해줘야할 선수들이 제대로 못해주고 있는'
팀의 상황이 좀 아쉽다는 얘기다.

그래도 어려운 경기 어쨌든 승리했다.
그리고 내일 선발은 윤석민이다.
비 얘기가 있긴 하지만, 어쨌든 힘 내서 다시 5할승률도 복귀하고,
또 더 위로 올라가기를 기대한다.



덧)
이범호의 태국마사지 이야기가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기사,
그 기사의 마지막부분에 나온 것처럼 확실히 문제는 문제다.
꼭 재활 같은 부분이 아니더라도,
선수의 몸상태를 제대로 관리할 환경도 시스템도 없다는 느낌이다.
작년에도 그랬고, 왜 유독 우리만 이렇게 부상이 많은지...

덧 둘)
부실한 구장에 관한 이야기들.
우리 리그가 지역이 아닌 기업명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,
구장 문제 만큼은 기업이 나서서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.
법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으니까.
때문에 '차라리 야구장을 기업소유로 할 수 있게 하는 게 낫겠다'는 소리를
나 자신도 몇 번 한 일이 있긴 한데,
사실 그럴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이 뻔히 보이기에
말은 그렇게 해도 정말 그러기를 바랄 수도 없다.
(민영화가 좋다는 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농담이나 헛소리에 가깝다는 건
누구나 실제로 알고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?
몇몇 괴상한 사고방식의 정치인들이나 그게 좋다고 떠들 뿐이지)
그나마 광주는 새구장 이미 공사에 들어간 상태이긴 한데,
광주만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다.
WBC가 있다고는 하지만, 솔직히 야구는 전세계적인 스포츠라 할 수 없는 입장이니,
월드컵이라는 '정치인이 자신의 공을 자랑할 수 있는'
그런 대회가 있는 축구가 좀 부럽기는 하다.

덧 셋)
아, 뒤늦게 다시 붙인다.
위의 얘기 읽고 혹시 오해하는 이가 있을지 몰라 하는 소린데,
며칠 전, 10구단 대선공약 운운한 걸 보고 엄청 분노했듯이,
그렇다고 '정치인이 자기자랑 하려고'
야구장 지어주길 바라는 건 결코 아니다.
그런 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.








27차전 vs 라이온즈 야구


2:8로 패.

선발인 김진우는 좋지 못했다.
그러나 언제든 오늘처럼 흔들릴 수 있다는 건 이미 누구나 각오하고 있다.
몇 년이나 떠나있다 돌아온 선수 아닌가?
아니, 그런 게 아니라도 어떤 투수나, 심지어는 류현진이나 윤석민도
한 시즌 치르다보면 이렇게 무너지는 경기는 있기 마련이다.
문제는 1회보다는 2회였다.
투수가 흔들린다 하더라도 야수들이 좀 도와준다면 버틸 수 있는 것인데,
결국 실책으로 인해 실점이 많아졌다.
오히려 그렇게 흔들리는 중에도 최대한 버틴 것만으로도
김진우는 어쨌거나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.

2회의 결정적 실책을 한 윤완주 역시 딱히 나무라고 싶지 않다.
그런 실책이 경기마다 반복된다면 모를까,
신인선수가 한 시즌 치르다보면 그런 일은 한두 번쯤 나오는 게 당연하니까.

사실 오늘 경기는 특정 선수 누가 문제라는 식으로 얘기할 게 아니다.
물론 2회의 실책으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무너진 게 결정적이기는 했다.
하지만 그 이후로는 어쨌건 꾸역꾸역 막아냈다는 점에서,
전체적으로 우리 타선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.

아무래도 7회 만루에서 최희섭이 삼진으로 물러난 게 가장 인상이 진하겠지만,
그때만한 기회는 아니었어도 거의 매이닝 주자가 나갔다.
문제는 그 다음이 없었다는 점이다.
개막전 팀타율 1위를 얘기하던 건 대체 어디로 날아가버렸는지,
덕아웃엔 그저 고만고만한 선수들 뿐, 마땅한 대타감 하나 없는 것인지...



물론 이제 막 바뀐 감독, 코치진에게
겨우 동계훈련 한 번으로 문제를 다 해결해 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.
어쨌든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그들이 점차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.
그러나 역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.


오늘 패배가 아쉬운 건, 단지 한 경기 져서가 아니다.
경기 진행된 상황을 놓고 본다면,
패하더라도 뭔가 한 점, 두 점씩 따라는 모습은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,
그러지 못하고 그냥 힘없이 져버렸다는 게 안타깝다.
왜냐하면 이게 3연전의 첫경기이기 때문이다.



그래도 내일은 서재응, 모레는 윤석민이다.
오늘로 3연패가 되었는데, 내일과 모레는 분위기 완전히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.




덧)
음, 덧 쓸게 없다.
몇 가지 다루고픈 얘기들이 있기는 한데,
쓰려고보니 짤막한 게 아니라 따로 상당히 긴 글을 써야할 것 같고,
뭐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경기의 감성이 아니라
그런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것도 모양새 우습고...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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